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책리뷰

[용의자 X의 헌신] 도서 줄거리 느낀점 독자에게 남기는 메시지

by 제주여행 길라잡이 2023. 3. 25.

히가시노의 소설을 이야기할 때 이 용의자 x의 헌신은 꼭 언급이 된다. 그건 아마도 많은 독자들에게 가슴을 울려주는 큰 감동이 있기 때문이리라.



추리물이지만 가슴 뭉클한 이야기다
다 읽어갈 때쯤엔 눈물을 삼켜야 할지도..😢

줄거리



참으로 기이한 우연이었다. 다세대주택으로 이사를 간 한 모녀가 이웃집에 인사를 간다. 도어벨을 누른다. 그 안에서 한 남자가 나타난다. 여자의 시선을 끌 데라고는 하나도 없는 후줄근한 중년 남자다. 그는 그때 목을 매 자살을 하려던 참이었다. 모녀는 다소곳이 그에게 인사한다. 그의 눈에 비친 그런 여자의 모습이 너무 아름다웠다.
삶을 포기한 순간, 사람의 마음은 그 어느 때보다 순수해진다. 모든 욕망이 사라져 버렸기 때문이다. 그 순수한 눈에 성실하고 선량하게 살아가는 한 여자의 삶에 대한 의지가 아름답게 비친다. 자신이 갖지 못했던, 또는 자포자기했던 삶의 의지가 발하는 아우라가 그 여자에게는 있었다. 그는 그 아름다운 여자에게 자신의 모든 것을 바치리라 다짐한다. 거기에는 어떤 의도도 없고 계산도 없다. 그가 평소 연구하는 수학처럼 순수한 의지가 한 인간을 향해 펼쳐지는 순간이다. 거기에는 선악의 구분이 없다.  오로지 자신의 전 존재를 던져 넣으려는 운동이 있을 뿐이다. 그러나 그 운동의 대상은 선악을 구분하는 윤리의 세계에 관련되어 있다. 그의 의지는 순수하나 윤리의 세계에 관련되는 한 그것은 욕망이 될 수밖에 없다. 욕망은 강하거나 약하거나, 선하거나 악하거나, 정당하거나 부당하다. 그것은 늘 어떤 분별과 판단의 잣대로 평가되는 영역이다. 자신은 느끼지 못하고 있지만, 그 자신은 어느새 그런 욕망의 영역에 깊이 관계하고 만다. 그는 살인을 저지른 모녀를 구하기 위해 스스로 또 하나의 살인을 저질러 모녀의 죄를 은폐한다. 치열하고 치밀한 논리적 사고력을 발휘한 그의 은폐작업은 성공하는 듯했다. 그때 그의 옛 친구이자 학문적인 라이벌이었던 물리학자가 나타나 수수께끼를 풀어내려는 순수의 의지를 발휘하며 그의 행동을 치밀하게 재구성해내고, 경찰과 그 여자에게 진실을 알려준다.

여자는 이제 그 수학선생이 자신을 위해 무엇을 했는가를 안다. 여자는 그 남자의 헌신과 희생을 감당하지 못하고 자수한다.
아무리 사소한 몸짓이라도 그것이 이 세상의 관계에서 이루어지는 한 어떤 의미를 가진다. 의미는 욕망을 끌어안고 있다. 파탄을 일으키기도 하고, 인간의 생명을 구하기도 하는 욕망, 그 선악의 피안과 윤리적 세계를 대비시키며 이야기를 구성해 나가는 작가의 솜씨가 돋보인다. 추리소설에는 늘 인간의 욕망이 있다. 글을 읽으며 사건의 진상을 추적하는 독자는 자신이 가진 욕망의 모습을 따라가는 작업을 벌이고 있는 셈이다. 재미있고, 아름답고, 또 추악한 풍경을 바라보면서 글을 읽는 사람은 손에 땀을 쥔다. 그 땀을 불러내기에 손색이 없는 소설이다.

느낀 점


"그런 위장은 불가능할 거야. 무엇보다 살인죄를 대신해 줄 인간 이 이 세상에 있을까? 야스코는 이시가미에게는 가족도 아니고 아내도 아냐. 사실은 연인조차 아닌 사람이야. 비호해 주고 싶고, 실제로 범행의 은닉에 도움을 주었다 하더라도 그게 잘 되지 않으면 체념하는 게 보통이야. 그게 인간 아닌가"

유가와는 문득 뭔가를 깨달았다는 듯 눈을 동그랗게 떴다.
"잘 되지 않았을 때는 체념한단 말이지....... 그것이 보통의 인간이 하는 행동이라고 최후까지 지켜준다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니까." 유가와는 아득한 눈길로 중얼거렸다.
"이시가미도 그래. 그 역시 그걸 잘 알고 있었어. 그래서...
뭔데? 구사나기와 유가와의 이 대화가 급 사건의 핵심이란 걸 느낄 수 있었다.

독자에게 남기는 메시지


문을 열자 두 여자가 서 있었다. 모녀 같아 보였다. 이웃에 이사 온 사람이었다. 그녀는 정중하게 인사를 했다. 딸도 옆에서 머리를 숙였다. 두 사람을 보았을 때 이시가미의 몸속으로 뭔가가 치달렸다. 정말 깨끗하고 아름다운 눈을 한 모녀였다. 그때까지 그는 어떤 아름다움에도 눈을 빼앗기거나 감동한 적이 없었다. 예술의 의미도 몰랐다. 그러나 그 순간 모든 것을 이해했다.
수학의 문제가 풀려서 느끼는 아름다움과 본질적으로 같은 아름다움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. 두 여자에게 무슨 말로 답례를 했는지 이시가미는 기억하지 못한다. 그러나 두 사람이 그를 바라보는 눈동자의 움직임, 눈을 깜빡이는 모습 등이 지금도 기억에 생생하다. 하나오카 모녀를 만난 후로 이시가미의 생활은 완전히 바뀌었다. 자살충동은 사라지고 살아가는 기쁨이 일었다. 두 사람이 어디서 무엇을 하는지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즐거웠 다. 세계라는 좌표에 야스코와 미사토라는 두 개의 점이 존재한다. 그에게는 그것이 기적처럼 여겨졌다.
일요일은 너무 행복했다. 창을 열면 두 사람의 목소리가 들려온다. 내용은 모른다. 그러나 바람에 실려오는 속삭이는 듯한 목소리는 이시가미에게는 천상의 음악과도 같았다.
그 모녀와 어떤 관계를 가져보자는 욕망은 아예 없었다.
자신이 손을 대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. 그와 동시에 그는 깨달았다. 수학도 똑같다는 것을.
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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